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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햇빛만 쬐면 말짱해지는 '자가 치유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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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는 빛의 직진과 굴절 현상을 활용해서 물건을 더 크게 보기도 하고 작게 보기도 하고 멀리 있는 물건을 보기도 하고 또 물체 모습을 영원히 보존하게도 하는 신기한 물건이다.

이를 위해서 렌즈는 빛을 100% 투과할 수 있는 물질로 만들어야 한다. 대개 순도와 강도가 높은 유리 종류를 사용한다. 빛의 굴절 현상을 활용하기 위해 두께를 조절해서 굴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빛은 항상 두꺼운 방향으로 굴절한다. 볼록 렌즈는 가운데가 두껍고 모서리가 얇아서 평행한 빛이 블록 렌즈를 통과하면 두꺼운 쪽 즉 가운데 쪽으로 빛이 굴절해서 초점을 맺는다. 렌즈의 두께에 따라 초점이 맺히는 거리가 달라진다. 이런 볼록 렌즈는 물체를 크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돋보기나 원시용 안경, 현미경, 망원경 등에 이용된다.

오목 렌즈 같은 경우는 가장자리 쪽이 두껍고 가운데가 안으로 쏙 들어가서 얇다. 따라서 빛은 평행하게 입사했다가 퍼져나가는 방향으로 굴절하게 된다. 오목 렌즈는 근시용 안경, 망원경 등에 이용된다.

좀 전에 망원경은 볼록 렌즈를 이용한다고 했는데? 맞다. 망원경의 대물 렌즈는 볼록 렌즈고, 대한 렌즈는 오목 렌즈다.

렌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안경 렌즈나 콘택트 렌즈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안 보이면 '근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안 보이면 '원시'라고 말한다. 근시는 초점이 망막보다 앞에 맺히는 눈이고, 원시는 초점이 망막보다 뒤에 맺히는 눈이다. 그래서 근시의 경우에는 오목 렌즈를 이용해서 초점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도록 해주고, 원시의 경우에는 볼록 렌즈를 이용해서 초점을 앞으로 끌어당겨준다.

카메라 렌즈는 우리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렌즈가 우리 눈의 수정체처럼 초점을 맞추고 빛을 모아서 피사체의 상을 우리 눈의 망막에 해당하는 이미지 센서면에 정확하고 밝게 맺히도록 한다. 우리 눈이 아주 복잡하듯이 카메라 렌즈 역시 아주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카메라 렌즈 가격이 꽤 높다. 카메라 본체보다 렌즈 가격이 비싼 경우가 아주 많다. 렌즈 하나도 고가인데다, 아주 작은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3~4장 이상의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렌즈가 필요한 이유는 상이 맺히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조정된 렌즈라고 할지라도 촬영 환경에 따라 초점이 여러 개 생겨서 상이 흐려지는 구면 수차, 빛의 종류에 따라 굴절의 정도가 달라 색의 초점이 맞지 않은 색수차 등이 생기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장의 볼록 렌즈와 특수 렌즈 등을 조합해서 제작해야 한다. 아주 작은 휴대전화 카메라에도 다섯 장의 렌즈가 조합돼서 사용된다.

카메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렌즈가 사용된다. 요즘 특히 많이 사용되는 렌즈는 자동차의 렌즈다. 자동차, 특히 자율주행차는 렌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자율주행차의 렌즈는 운전자의 눈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의 센서에 사용되는 렌즈의 표면이 손상되면 센서가 받아들이는 이미지나 광 신호가 심하게 왜곡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그 오류가 커지면 교통사고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자율주행차 센서에 생기는 스크래치가 스스로 치유되는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자가 치유 소재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소재를 절단하고 나서도 2시간이 지나면 강도의 80%를 회복하는 자가 치유 소재를 개발했고, 2020년에는 그 시간을 단축해서 30초 만에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소재를 개발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고 강도의 자가 치유 신소재를, 그리고 2022년에는 자동차의 표면이 긁혀도 햇빛만 쬐면 30분 만에 치유되는 자가 치유 투명 코팅 소재도 개발했다. 그 기술들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자가 치유의 기본 원리는 고분자들이 원래의 구조에서 해체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손상된 부위가 회복되고 매끄워진다. 이를 위해 고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도록 특정한 물질을 주입하기도 하고 열을 가해주기도 한다. 어떤 물질을 주입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열을 가해주는지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의미를 갖는 것은 렌즈나 렌즈 보호용 코팅 소재가 단단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가 치유 기능을 부여하려면 고분자의 분자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소재가 유연해야 하는데 렌즈는 단단한 물질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미 렌즈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티오우레탄 구조 내에 투명한 광열 염료를 섞은 후 햇빛을 비춰 고분자들이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는 동적 화학결합을 설계했다. 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센서의 특성을 고려해, 특히 이미지 센서가 활용하는 가시광선 영역과 라이다 센서가 활용하는 근적외선 영역과는 간섭하지 않는 특정 근적외선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투명한 유기 광열 염료를 개발했다.

개발된 소재는 햇빛이 흡수되면 빛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온도가 올라가면 고분자들이 원래의 그물망 구조에서 해체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며 자가 치유된다.

개발된 소재는 흠집이 서로 교차해 난 경우에도 100% 자가 치유된다. 렌즈에 흠집이 발생했을 경우 돋보기를 대고 강한 햇볕을 60초 정도 쬐어주면 흠집이 사라진다. 같은 위치에 흠집을 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5회 이상 반복해도 자가 치유 효율을 100% 유지하는 복원력을 보였다.

기존의 광열 특성을 가진 입자들은 주로 무기 입자들이 많았고 자가 치유가 되는 과정에서 소재가 투명도를 잃기 때문에 광학 소재로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된 염료는 고분자 안에서도 분산이 잘 되어서 투명성이 잘 확보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들을 다 만족해야하기 때문에 렌즈 표면의 물리적 손상을 회복해서 센서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다.

이 기술은 벌써 국내 완성차 업체와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5년 정도 내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기존 렌즈 소재에 소량의 염료와 촉매를 첨부하는 방식이라 가격도 기존 제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안경이나 카메라 렌즈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하루빨리 상용화되어서 흠집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 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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